2019
| 저자 | 신영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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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테이블의 입 모양을 더듬다 접시의 입 모양을 더듬다 접시 위 포크의 입 모양을 더듬다
창문의 입 모양을 더듬다 바람에 넘어가는 책의 입 모양을 더듬다
밤의 하얀색을 더듬다 잠의 입 모양을 더듬다 꿈속의 말 모양을 더듬다
길가에서 터졌다 질질 끌려가며 터졌다 헤어지지 못하고 터졌다
검게 변한 말과 애인이었던 모양을 더듬었다 얻어터졌다
그 단어를 읽고 헤어지려고 했다 그 단어와
눈이 멀었던 말들의 책은 입을 벌리지 않았다
손끝으로 더듬어서 찾을 수 있는 것들을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꿈속의 말을 찾을 수 없다 잠을 찾을 수 없다 하얀색을 찾을 수 없다
창문이 우는 걸 찾을 수 없다 바람에 넘어가는 것을 찾을 수 없다
테이블을 찾을 수 없고 테이블 위 접시를 찾을 수 없고 포크에 찍힌 손등을 찾는 순간, 모든 것을 찾을 수 없다
이제 손끝엔 물송이가 달리기 시작하고

신영배 ㅣ
2001년 《포에지》 등단. 시집 『기억이동장치』 『오후 여섯 시에 나는 가장 길어진다』 『물속의 피아노』 『그 숲에서 당신을 만날까』, 산문집 『물사물 생활자』가 있음. 〈김광협문학상〉〈김현문학패〉 수상.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08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