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 저자 | 김혜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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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사막의 지평선
차가운 전쟁놀이에 나갈 때가 되었지, 자 칼을 뽑으세요. 저 칼끝에 우수수 떨어져나가는 꽃잎들은 청동기 시대에 평원을 달리던 무사의 콧수염을 비웃었지요. 낙타가시나무는 바람이 살갗을 살짝 스쳐도,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지요.
우린 얼마나 흔들려야 먼지가 일렁이는 고비 사막의 아득한 지평선을 넘어 갈 수 있을까. 불안해하지 말아요. 보도블록 틈새에 남몰래 뿌리 내린 민들레가 하늘을 가벼이 날아올랐으니까요. 고비 사막에 비가 내리니 이마가 파란 풀잎의 씨앗들이 날아갈 거예요.
사막을 건너다 목이 말라 신기루를 따라간 아라비아 상인들은 소금 바다 같은 사막에 하얀 뼈를 남겼지요. 돌아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여인은 타클라마칸의 붉은 바람이 되었지요. 우린 얼마나 흔들려야 저토록 가벼이 날아오를까요.

김혜영 ㅣ
1997년 《현대시》 등단. 시집 『거울은 천 개의 귀를 연다』 『프로이트를 읽는 오전』, 평론집 『메두사의 거울』 『분열된 주체와 무의식』, 산문집 『아나키스트의 애인』이 있음. 제8회 〈애지문학상〉 수상.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08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