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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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덕규 

손님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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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십일 년 만의 연일 사십 도를 육박하는 폭염이었네

밖엔 굶주린 어마하게 큰 호랑이들이 이글거리는 눈알을 굴리며 집안의 빈틈을 기웃거렸네

그럴수록 더욱 심호흡을 가다듬는 실내 에어컨은

한층 써늘하게 끌어내린 집 안 분위기를 볼모로 사람들을 꼼짝 못하게 얼리고 있었네

 

창밖 텃밭의 강낭콩과 날선 옥수수 잎도

사람 발길이 끊기자 풀이 죽었는데

백십일 년 전 오늘 사람들은

모두들 밖으로 몰려나와 부채 삼베 모시 랭면과 천렵 탁족으로

땡볕 속 우글거리는 방방곡곡의

호랑이들 마구 때려잡는 소리 왁자했었다네

 

한 세기 넘어 어찌 사는지, 불쑥 찾아와보니 없네

그 많던 호기로운 더위 사냥꾼들이 없네

농촌에도 거리에도 호환처럼 뜨거운 햇빛과 정면으로 맞짱 뜨던 검은 낮들과

근육들이 온데간데없네

비현실적인 액자에 끼워 넣은 이상한 그림처럼

실내에 갇혀 창밖을 내다보는 무표정들,

더 이상 손님이 아닌 객쩍은 천덕꾸러기 염천 풍경 중엔 이제 한쪽에는 눈발이 치는데

한쪽엔 야자수가 매달리는 날이 머잖아 오겠지만,

 

아무래도 손님을 이렇게 대접하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어서 나는 곧바로 청바지에 티셔츠로 의관을 정제하고

살 부러진 합죽선을 들고 문을 열어젖힌 후

후끈한 호랑이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면서 큰 소리로 외쳐댔네

호랑이야 호랑이야 영험한

호랑이야, 내가 이 더위에 가장 큰 죄인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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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_이덕규.jpeg

이덕규 ㅣ

1998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다국적 구름공장 안을 엿보다』 『밥그릇 경전』 『놈이었습니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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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0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