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 저자 | 김연순 | ||
|---|---|---|---|
백일홍
내 뺨이 점점 붉어져요
가슴도 붉어져요
오전 10시에 이마도 붉어져요
손끝에서 바람이 빠져나가요
자꾸만 자꾸만 몽롱해져요
꽃받침도 물관도 놓쳐버렸나 봐요
한낮에도 꿈속인 듯 붉게
당신의 목소리가 종소리처럼 들려요
그때마다 내 몸에선 열꽃이 피어요
때로는 깊은 절, 새벽, 기도처럼 차가워져요
오월은 짧지도 길지도 않아서 시간이
꽃잎처럼 호르르호르르 자꾸만 날아다녀요
동박새도 날아다니고 무당벌레도 날아다녀요
멀리 유채밭에선 한 눈도 팔지 않고 나비들이 집을 짓고
낮은 언덕에선 날지도 못하고 나는 발목만 부은 채 속을 태워요
5월, 눈부신 햇빛 속에서
꽃잎마다 바람은 까닭도 없이 붉어져 두근거리고
나도 부은 발등을 어루만지며
접었던 꽃잎의 매듭을 풀어요

김연순 ㅣ
2018년 《문학청춘》 등단.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07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