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강대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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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유배지의 앨리스
귀부인은 하녀보다 열 배나 커졌어요
벽화에 그려진 사람들을 보세요
고장 난 앨리스처럼
커지고 작아지죠
피라미드 꼭대기는 1%만 올라앉죠
밀치고 밀려나는 99%의 아우성
알아요 힘들다는 거 그만 좀 징징대요
파라오의 무덤을 모르는 분 손들어요
인터넷을 뒤져봐요 쥐어줘도 모르나요
왕만이 모든 걸 누리죠
죽음 이후의 생까지
그러니 달리세요 열라게 달리세요
돈다발을 입에 물고 돈다발을 찔러주며
뒷배를 사는 거예요
커지는 건 배짱이죠
밑바닥 노동을 빨아 먹는 진드기 무임승차 별건가요 눈 한 번 감는 거죠
저 봐요 돈 없는 개미들 놀아주지도 않아요
커졌다고 자만하면 큰코다치죠
한번 찍히면 기회는 날아가죠
로또는 기대 말아요 희망고문 따로 없죠
빠져나갈 방법은 철밥통이 되는 거죠
토끼처럼 여러 개의 구멍을 파놓고
인사철 태풍 불 때마다
납작 엎드려요
애들은 돈 달라지
노후는 깜깜하지
이 노릇을 어떡해요 목줄 잡고 있는데
코 뚫린 망아지 마냥
길들어 살아야죠
구린 돈 다 알지만 말하면 안 돼요
윗분들이 화를 내죠 좋은 말만 골라 해요
친구는 왜 출세했게요 처세술이 짱이죠
달려요 엘리스 새벽부터 새벽까지
요람에서 무덤까지 일하다 쓰러져도
날마다 달리고 달려
제자리를 돌아요
1%의 꼭대기를 99%가 떠받치죠
일에 갇히고 목구멍 저당 잡혀
날마다 시간을 돌리죠 확장되는 유배지
닥치고 가만있어
아는 것이 죄란다
결정은 높으신 분들 그들만의 리그
춘궁에 배곯지 않으면
행복한 줄 알아라
개, 돼지가 따로 있니? 내몰리는 생각들
눈앞을 위협하는 두려움에 쫓기다가
서로가 밟고 밟히는
개미들의 생존 지옥
겨울 지나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아오죠 계절이 돌고 돌아 자리를 바꾸면
다시금 처음의 자리 뫼비우스 쳇바퀴
웃었다 울었다 시간은 잘도 가고
두려움도 자라나고 염려증도 커져요
날마다 부풀려지는
은밀한 속닥거림
B516 행성에서 유배지를 감시하죠
고층의 감옥들과 늘어선 십자가와
마늘밭 돈다발 뭉치들
출구 없는 미로들
죽어라 일하고 피 터지게 일해서 남는 건 일, 일, 일, 유배지에 걸린 표어
사업은 번창하고 있죠 즐비해진 십자가
서둘러 탈출을 포기하긴 이르죠
낮아지고 작아질수록 꿈을 심는 사람들을
웃음을 길어 올리는
무한대의 긍정들
가쁜 숨 몰아쉬며 살아가는 사람들
다치고 신음하고 희망 없어 보여도
봄이면 꽃을 피우는
씨앗들의 부푼 꿈
함께 모여 꽃 심고 더불어 살아가면
그곳이 천국이지 이곳이 극락이지
꿈인 듯 너 자신을 봐
날아오르는 앨리스

강대선 ㅣ
2016년 《시와사람》 시 등단, 2019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07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