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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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채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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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에게 쓰던 물을 뺏기고 말았네

                                                   

  물에다 쓰던 시를 베끼고 말았네

 

 

  흐르는 물결은 시시각각 새로운 시구를 타이핑하네,

  아무리 작은 물방울일지라도, 그곳에는 톱니바퀴가 작동하고 있어서, 한 물방울은 다른 물방울을 움직이게 한다.

       (그 운동은

                  ((파문

                        더 큰 물결

                                 일렁임

                        파도))

                             를 ((생산))한다)

 

  바람, 나뭇잎, 던진 돌멩이, 지나가는 보트…… 등 외부의 힘에 의해 물결이 만들어진다고… 과학이 증명하고 있지만…… 물의 표면은 심연과, 심연은 표면과, … 피스톤과 크랭크로, 회전운동과 직선운동을 (혹은 나선운동으로)… 연결한다.

  심연은 톱니바퀴의 맞물림 없이… 물 한 분자의 볼트와 물 한 분자의 너트가 틈 없이 압착하여… 고정된 한 덩어리의 고요(운동 없는 ((생산 없는)))로 보인다.

  하지만 고요는 눈앞을 휙 지나간다.

  거울에 반사된 조각 빛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눈이 잡지 못해 생략된 연속으로) 건너뛰듯 무성으로(물속), 한 덩어리 비행체(새… 심연)가 휙 지나가면 표면(깃털)에 물결이 일렁인다(물 밖).

  물 표면의 작은 톱니바퀴는 물속 보다 큰 톱니바퀴들과 연결되어 있다.

  심연의 거대한 톱니바퀴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 고정체로 보이는 한 덩이 입방체(… 착각).

 

  톱니바퀴는 돈다(생산한다)!

 

  물에 제 육체를 비추는 수선화는 밋밋한 액체거울에 자신을 투영하는 것이 아니다.

  속도… 운동… 생산 회로에 자신을 연결한다.

  물방울 화소들은, 한 물방울에 세포 하나씩… 톱니바퀴가 맞물리고… 볼트와 너트가 조립하고… 피스톤운동이 회전운동… 나선운동으로…

  활동사진… 영화로… 하나의 장소에 붙박인 수선화는 수천 거리로 수천 갈래로 운동(생산)한다.

 

  심연의 수선화(혹은 물가의 수선화), …​수선화는 해일로… 쓰나미로… 집채만 한 톱니바퀴로 움직이지 않는 고정체를… 입방체를… 거대한 착각… 을 갈아엎는다.

 

  흐르는 물결은 시시각각 새로운 시구를 타이핑한다.

 

 

  물에다 쓰던 시를 베끼고 말았다

                                                   

  시에게 쓰던 물을 뺏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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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호기 ㅣ

1988년 《창작과비평》 등단. 시집 『지독한 사랑』 『슬픈 게이』 『밤의 공중전화』 『수련』 『손가락이 뜨겁다』 『레슬링 질 수밖에 없는』 『검은 사슴은 이렇게 말했을 거다』, 산문집 『주고 받다』(이명세 · 채호기 공저)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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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0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