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김연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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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쌓아올린 어두운 입술이 새해부터 서서히 무너진다면
둑.
환하지도 어둡지도 않은 저녁 손전등을 켠다. 눈앞에 있는 것 어둠에 곧 잠길 것을 비춘다. 잔디, 물, 나무, 벌거벗은
우리의 시간.
희미하고 난폭한
순간의 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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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다 울다 소리치다 쉼 없이 걷다
내 것 아닌 감정
내 것 아닌 풍경을 너무 많이 느끼다
생각을 맡기듯
그 안으로 멍하니 빠져들듯
전등빛은 가지와 가지 사이를 오간다. 달라붙지 못한 채 흘러내린다. 유연한
차갑게 고인 빛은
때때로 그늘 아래 엎드리지만
다른 그늘로도 천천히 기어가지만
이런 움직임은 나무를 조금도 흔들지 못한다.
껴안거나
쓰러트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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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니?
우리 같이 걸었었잖아, 손 잡고 장난치고 빙 돌았잖아. 빙빙 돌다 어지러워 넘어졌잖아. 추웠다 추우니까 피가 통하고 안 하는게 더 나은 생각이 돌고
둑은 늘 혼자서만 키운 형태로
걷잡을 수 없었지만 아프지도 않아서 그 자리에 퍼질러져 또 웃었잖아. 나는 그게 무섭고 뭘 속이는 것 같았어. 입김처럼 흩어지다 사라질 것 같았어.
볼
잠긴 동공과
하얗게 튼 손가락
오래전에 지났던
다리 위에서
사진처럼 멈춰 있는
입술과 하늘
순서 없이 밝아지다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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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손으로 걸었지
마구 떨면서. 휘저었던 감촉들을 털어내면서.
말 없이 더 걷다가 핫도그 먹자고 어렸을 때 이거 진짜 좋아했다고. 해 지기 전 입구에서 봐두었다고
이미 좋다 말한 네가
먼 미래의 널 볼 때
먼저 언 게 무엇인지 알 수는 없다. 분리되어 겨우 한 발 나아가는 눈빛도
도망치는 감각도 다 잡을 순 없다.
슬픔의 모양과 핫도그의 모양
그리고 영원의 모양은 얼마나 비슷하고 다를지
뭉개진 채 다가오는 얼굴을 본다. 물도 빛도 단어도 고통도 없이. 지속되는 꿈이나 계획들 없이
눈동자로 내려앉는
단단한 얼음.
양쪽 귀로 흘러드는 고요한 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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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었다 앉을 자리
너보다 크게
빈 공간이 다신 우릴 찾을 수 없게.
잔가지
긴 호흡
비닐봉지들
가운데로 움직이는 얕은 마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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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전하게 걷던 네가 핫도그를 던지고 흔들리는 수면 깊이 다가갔을 때
말할 게 더 남은 사람처럼 웅크렸을 때
괜찮냐고 물었는데 침묵했었지.
젖은 잔디 아래 뚫린 질펀한 구멍 얼굴까지 지워가던 하수도 냄새
기름진 젓가락이 그늘 아래 모이고
그건 어떤 어둠보다 따뜻하고 둥글고
헛디딘 두 발 위로 겨울 햇살 비출 때 찬 바람이 조금씩 흩어졌잖아. 배낭 지퍼 우리끼리 올려주면서 다 버리자 돌아가자 약속하면서. 다 버려서 이제 없다 말해줬잖아. 우린 서로 잘 안다고 자신했잖아
실은 니가 핫도그 싫어한단 거 파란 천막 더운 공기 설탕 뿌린 핫도그 죽어도 안 먹는 거 질색한단 거 한강 둔치 지나면서 눈치챘는데. 기대하게 했으니까 사과하기 힘들어. 근데 그때 내 이름도 몰랐으면서 너는 전부 아는 듯이 웃어줬잖아
검은 강
불빛
빛
묻어둔 얼굴
발목까지 차오르는 어수선한 물
걷고 걷다 끝이 없어 앉아보았어
얼기 전에 툭 남겨진 소우주처럼
오래 남아 돌아가는 복사뼈처럼
비추었다
어긋나는 윤곽선 사이
구덩이로 파여 있는 눈구멍 사이
차로는 왜 반대까지 달리는 거야?
농담은 왜 겹칠수록 번지는 거야?
시시해
지겨워
고맙지 않아
종아리
반코트
다 드러난 제방들
빛에 젖고 굴러가도
찢기지 않아
흥얼흥얼
작은 뿔
밤하늘 참 낮다
나는 이제 못 풀겠어
올 만큼 왔어
익사체가 발견되면 어떻게 할까
미끄러진 가늠들과
더러워진 손가락
서로 옷에 문지르며 얘기 나눴어
우리랑은 상관없는 상상 속의 이야기
흔들리다 무너져도 열심히 했다
상관 있는 이야기가 되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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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른다
아무 일도 없었으므로
천막을 등진 우리들은
오늘 입맞춤

김연덕 ㅣ
2018년 〈대산대학문학상〉 시 부문 당선(2019년 《창작과비평》 봄호 발표)으로 작품 활동 시작.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06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