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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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연덕 

마지막에 쌓아올린 어두운 입술이 새해부터 서서히 무너진다면

 

 

 

둑.

 

환하지도 어둡지도 않은 저녁 손전등을 켠다. 눈앞에 있는 것 어둠에 곧 잠길 것을 비춘다. 잔디, 물, 나무, 벌거벗은

우리의 시간.

 

희미하고 난폭한

순간의 정지.

 

✳

 

웃다 울다 소리치다 쉼 없이 걷다

내 것 아닌 감정

내 것 아닌 풍경을 너무 많이 느끼다

 

생각을 맡기듯

그 안으로 멍하니 빠져들듯

전등빛은 가지와 가지 사이를 오간다. 달라붙지 못한 채 흘러내린다. 유연한

차갑게 고인 빛은

때때로 그늘 아래 엎드리지만

다른 그늘로도 천천히 기어가지만

 

이런 움직임은 나무를 조금도 흔들지 못한다.

 

껴안거나

쓰러트리지 못한다.

 

✳

 

보이니?

우리 같이 걸었었잖아, 손 잡고 장난치고 빙 돌았잖아. 빙빙 돌다 어지러워 넘어졌잖아. 추웠다 추우니까 피가 통하고 안 하는게 더 나은 생각이 돌고

 

둑은 늘 혼자서만 키운 형태로

 

걷잡을 수 없었지만 아프지도 않아서 그 자리에 퍼질러져 또 웃었잖아. 나는 그게 무섭고 뭘 속이는 것 같았어. 입김처럼 흩어지다 사라질 것 같았어.

 

볼

 

잠긴 동공과

하얗게 튼 손가락

 

오래전에 지났던

다리 위에서

사진처럼 멈춰 있는

입술과 하늘

 

순서 없이 밝아지다

가까워진다.

 

✳

 

젖은 손으로 걸었지

마구 떨면서. 휘저었던 감촉들을 털어내면서.

 

말 없이 더 걷다가 핫도그 먹자고 어렸을 때 이거 진짜 좋아했다고. 해 지기 전 입구에서 봐두었다고

 

이미 좋다 말한 네가

먼 미래의 널 볼 때

 

먼저 언 게 무엇인지 알 수는 없다. 분리되어 겨우 한 발 나아가는 눈빛도

도망치는 감각도 다 잡을 순 없다.

 

슬픔의 모양과 핫도그의 모양

그리고 영원의 모양은 얼마나 비슷하고 다를지

 

뭉개진 채 다가오는 얼굴을 본다. 물도 빛도 단어도 고통도 없이. 지속되는 꿈이나 계획들 없이

 

눈동자로 내려앉는

단단한 얼음.

 

양쪽 귀로 흘러드는 고요한 울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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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었다 앉을 자리

너보다 크게

 

빈 공간이 다신 우릴 찾을 수 없게.

 

잔가지

 

긴 호흡

 

비닐봉지들

 

가운데로 움직이는 얕은 마음들.

 

✳

 

얌전하게 걷던 네가 핫도그를 던지고 흔들리는 수면 깊이 다가갔을 때

말할 게 더 남은 사람처럼 웅크렸을 때

괜찮냐고 물었는데 침묵했었지.

젖은 잔디 아래 뚫린 질펀한 구멍 얼굴까지 지워가던 하수도 냄새

 

기름진 젓가락이 그늘 아래 모이고

그건 어떤 어둠보다 따뜻하고 둥글고

 

헛디딘 두 발 위로 겨울 햇살 비출 때 찬 바람이 조금씩 흩어졌잖아. 배낭 지퍼 우리끼리 올려주면서 다 버리자 돌아가자 약속하면서. 다 버려서 이제 없다 말해줬잖아. 우린 서로 잘 안다고 자신했잖아

실은 니가 핫도그 싫어한단 거 파란 천막 더운 공기 설탕 뿌린 핫도그 죽어도 안 먹는 거 질색한단 거 한강 둔치 지나면서 눈치챘는데. 기대하게 했으니까 사과하기 힘들어. 근데 그때 내 이름도 몰랐으면서 너는 전부 아는 듯이 웃어줬잖아

 

검은 강

 

불빛

빛

 

묻어둔 얼굴

 

발목까지 차오르는 어수선한 물

 

걷고 걷다 끝이 없어 앉아보았어

얼기 전에 툭 남겨진 소우주처럼

 

오래 남아 돌아가는 복사뼈처럼

 

비추었다

어긋나는 윤곽선 사이

 

구덩이로 파여 있는 눈구멍 사이

 

차로는 왜 반대까지 달리는 거야?

농담은 왜 겹칠수록 번지는 거야?

시시해

지겨워

고맙지 않아

종아리

반코트

다 드러난 제방들

빛에 젖고 굴러가도

찢기지 않아

 

흥얼흥얼

 

작은 뿔

 

밤하늘 참 낮다

 

나는 이제 못 풀겠어

올 만큼 왔어

 

익사체가 발견되면 어떻게 할까

미끄러진 가늠들과

더러워진 손가락

서로 옷에 문지르며 얘기 나눴어

우리랑은 상관없는 상상 속의 이야기

흔들리다 무너져도 열심히 했다

 

상관 있는 이야기가 되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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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른다

 

아무 일도 없었으므로

 

천막을 등진 우리들은

오늘 입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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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_김연덕.jpeg

김연덕 ㅣ

2018년 〈대산대학문학상〉 시 부문 당선(2019년 《창작과비평》 봄호 발표)으로 작품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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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0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