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 저자 | 유종인 | ||
|---|---|---|---|
달님이
오늘은 사월 끝물 당신이 연희문학창작촌 퇴소하는 날,
비도 오는데 오라 한다
오라 하면 다 가느냐
우산도 가져다주고 짐 배낭도 대신 매야 하니
연희동 골목 명랑 핫도그 하나
내 입에 물리고 나는 그예 비오는
사월의 짐꾼 노릇을 꾸덕꾸덕 한다
비 오는 연희, 그러니까 전문대 다닐 때 여동창 이름 같기도 한데
그 하루 반나절 창작촌 문 나서기 전에
처음 본 달님이가
으르렁거리지 않고 나를 반겨주길래
나도 덩달아 반겨주었다 내 무릎에
내 가슴에 앞발을 들어 손처럼 얹으려는 거는
비오니까 조금 피하면서 모처럼
참으로 인류 최초인 것처럼
사람과 개가 서로 화통하여 마지않았다
첫 만남이 헤어짐의 선곡일 줄이야
비 오는 신파인데 달님이는
비 오는 속내 그대로 서운한 눈빛이다
사람보다 더 연기를 잘 한다 진짜가
아니라고 해도 진짜인 달님을 두고
당신은, 암놈이냐 수놈이냐 묻길래
나는 아랫도리를 까보지 않아서 진짜 모른다고
말하려다가 그냥 모른다고만 한다
달님아, 오늘은
밤까지 새벽까지 줄창 비가 오니 달님은
이 세상 천지에 너 하나뿐이다

유종인 ㅣ
인천 출생. 1996년 《문예중앙》 시. 2003년 《동아일보》 시조, 2011년 《조선일보》 미술평론 당선. 시집 『숲시집』 등, 시조집 『얼굴을 더듬다』, 산문집 『염전』 등, 미술에세이 『조선의 그림과 마음의 앙상블』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06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