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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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허혜정 

한식

 

 

 

묘소에 꽃이 피면 가족들이 온다

햇빛이 들도록 지은 아름다운 정자에는

바람 센 마루 할아버님 쓰신 현판

난세 옳게 살았던 분……

 

무덤가에 서 있는 파랗고 가느다란 대나무를 보았다

싱싱한 풀잎처럼 빛 속에 물결치는 나무

한 마디가 차면 한 마디가 올라오고

가느다란 상처의 테두리에 파릇파릇

햇미나리처럼 움터 나온 잎사귀

 

예전엔 일본도 총검보다 센 죽창이었지

오늘은 밑뿌리까지 곧은 펜촉처럼 파랗게 서

지리산 능선을 그릴 수도 있을 만치 바라봤다

 

이제 모체가 되어 움직이지 못할 산

저 언덕길은 창자가 몇 번이나 꺾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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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혜정 ㅣ

1987년 《한국문학》 시 등단. 1995년 《현대시》 평론, 1997년 《중앙일보》 평론 당선. 시집 『비 속에도 나비가 오나』 『적들을 위한 서정시』, 평론집 『에로틱 아우라』 『현대시와 골룸의 언어들』, 학술서 『처용가와 현대의 문화산업』 『혁신과 근원의 자리』 『현대시론』 등이 있음. <젊은평론가상> <동국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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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0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