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 저자 | 김문억 | ||
|---|---|---|---|
꽁초
토막살인 아니다
태우다가 짓밟은 자살미수 유서 뭉치다
나는
지금
절실하다
심각하고 위급하다
지독하게 취할 수 있는 백색의 연막탄에 불을 지피면 구조를 요청하는 봉화대 신호 연기가 온몸을 점령하여 내 의식은 잠시 혼미한 환희 속을 헤매면서 빨아들이고 내 뿜는 펌프질을 반복하며 독한 연기로 상한 속을 씻어내지만 올라가지 못하는 그래프가 심하게 꺾이면서 마침내 의사들이 줄담배를 피우고 판사들은 집단으로 사표를 낸다
소통을 위해 불을 밝혔지만 외진 흡연 구역은 사람이 없는 소각장에 불과할 뿐 누구랑 터놓고 말을 할 수 없었던 타고 남은 뼛조각을 향해 침 뱉지는 마세요.
분신(焚身)의 잔해를 두고
범칙금을 물리다니.

김문억 ㅣ
1983년 《월간문학》 등단. 시집 「문틈으로 비친 오후」 등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06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