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문보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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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 그라운드 42
ㅡ 비밀맵
K : 의사는 네 머리에 앉아 있는 낙타에 대해 뭐래?
O : 쉬면 가라앉는다
K : 쉬는 건 어떻게 하는 거지?
O : 하늘이 너무 노래서 바보인 척하는 것
K : 어떻게 하면 하늘을 노랗게 만들 수 있지?
낙타 또한 어리둥절하다 낙타는
일단 발견되려고 일어
섰다 네 발로
O는 머리 위에 사다리가 장착되는 기분을 느꼈다
그것은 미세한 통증을 동반했다
못이 박히다 만 기분이랄까
뭔가 완전히 박히지 않는 것이다
K : 넌 낙타라는 병에 걸린 거야
O : 이게 네 눈에도 보이니?
K :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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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 하지만 너무 믿지 마 난 지금의 나를 불신하거든 두 달 뒤의 나를 믿을 뿐 두 달 뒤에도 낙타가 낙타로 보이면 그때 낙타라고 생각할 거야
K : 그렇지만 두 달 뒤의 너는 두 달 뒤 너의 입장에서는 지금의 나이니까, 두 달 뒤의 너는 그 다음 두 달 뒤 그러니까 두 달 뒤의 두 달 뒤의 너를 믿으려고 들지 않을까? 두 달 뒤의 두 달 뒤의 너의 입장에서도 두 달 뒤의 두 달 뒤의 너는 지금의 너일 뿐이니까 그 다음 두 달 뒤의 너를 믿으려고 할 거야 그러면 그 다음 두 달 뒤의 그 다음 두 달 뒤의 그 다음 두 달 뒤의 너는... |
O : 마침내 아무것도 믿지 않을 수 있는 경지에 오르겠지
K : 낙타가 낙타가 아닌 것으로 보이면 어떡하지?
O : 과거라고 부르자
K : 아직은 낙타지?
O : 응, 내 머리 위에 낙타가 앉아 있어
K : 좀 화려한 모자를 썼다고 생각해
O : 그게 네가 생각하는 고통인가?
낙타라는 병의 가장 좋은 점은 타인의 눈에도 보인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비밀을 가질 수 없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
그들은 낙타와 함께 두 달 뒤를 기다렸다
*
의사는 비밀이라는 병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쉬면 가라앉는다

문보영 ㅣ
2016년 〈중앙신인문학상〉 등단. 시집 『책기둥』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05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