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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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여성민 

  가라앉은 시

 

 

 

 

 

  층계가 있는 집을 지어 주세요. 층계가 많은 집. 층계가 층계로 쉽게 연결되는 집을. 가라앉혀요. 개집 말고. 고양이집 말고. 잊지 못할 카사블랑카 “시간이 흘러도” 가라앉혀요. 셔츠를. 빨지 말고 담그세요. 그대로 주세요. 더러운 그대로. 다리지 말고 부드러운 그대로 고양이털 그대로. 시를 써 주세요. 종이에 적지 말고. 손가락으로 써 주세요. 물에 쓰세요. 물속에 쓰세요. 더 빨리 쓰세요. 글자가 떠오르기 전에 글자가 흘러가기 전에 다음 글자를 써 주세요. 돌을 매달으세요. 흘러가지 않게, 가라앉게, 시를 읽는 동안 시가 흐르지 않게 한 글자 한 글자 시에 돌을 매달아 주세요. 시를 가라앉히세요. 내 그늘을 가라앉혀 주세요. 밥을 먹느라 고개 숙이면 생기던 1인용 텐트를. 어떻게든 넣어 주세요. 텐트 안으로 화분을 옮겨 주세요. 밤은 누가 내려놓은 화분이라는 말 들었어요. 가만히 내려놓느라 조용하다는 말 들었어요. 화분을 머리에 쓰고 열 명씩 엎드려 야간사격을 했었죠. 이런 꽃이 저런 꽃과 섞여 있어서 밤은 아름다웠죠. 이런 꽃 저런 꽃 내가 아름다운 것을 찧고요. 그것을 종이에 마는 시간이 낮이라고 들었어요. 신은 이런저런 꽃가루를 종이에 말아 누가 한 대 피운 밤이라고 들었어요. 손가락 사이 연기가 남아 있던 탄피들. 용서하세요. 넣어주세요. 시간이 흘러도. 어떻게든 넣어 줘요. 엄마를 물에 넣어주세요. 엄마를 물속에 넣으세요.

 

 

 

 

 

 

 

 

 

 

 

 

 

 

신작시_여성민.jpg

여성민 ㅣ

2010년 《세계의문학》 소설, 2012년 《서울신문》 시 당선. 시집으로 『에로틱한 찰리』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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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0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