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 저자 | 김박은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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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것, 흰 벽
푸른 것을 바라보다 흰 벽을 보면 다른 것이 보인다, 푸르지 않은 것이 그것만은 아닌 것이 오래되었다고 이제 되었다고 흔한 사랑에 뻔한 고백에 누군가 들던 수저로 허기를 채우며 누군가 앓던 병을 앓겠지 누구든 매일 더하겠지
손을 핥던 아침의 개는 다정한 혀를 빼물고 굳어가 꼬리로 둥근 물음표를 그리며 차갑게 변해가 적물처럼 꼼짝 않는다, 마음마다 이런 식이라니 인사도 없이 낯설다니 이토록 허약한 끝이라니 하던 기도를 마치고 일없는 꿈이나 꿔야 할까 오늘 치 무사를 위해 무엇을 더 내야 하나
있는 사람들 너머로 없는 사람들이 보인다 개가 짖는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누가 툭툭 웃는다 그림자 위로 그림자가 진다 꽃 위로 꽃이 진다 숨 위로 숨이 진다 닮은 것끼리 당긴다 끌어안는다 경계가 희미해지도록 분간이 사라지도록 어두운 눈을 더욱 감는다

김박은경 ㅣ
2002년 《시와반시》 등단. 『온통 빨강이라니』 『중독』 『홀림증』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05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