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 저자 | 이송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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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대에 서다
남자는 평균대 위에 평생을 서 있었다
두 팔이 흔들리자 짧은 생이 휘청이고
외발로 펼치던 곡예,
허공이 움찔한다
그는 늘 반어적으로 넘어질 듯 걷는다
내려가면 잃을 것 같은 은유의 줄기들
불안을 꼭 쥔 손 하나,
균형을 잡는다
평형을 지키기 위해 수위를 낮추고
수없이 허우적거리다 마침내 착지하면
발등에 빗방울들이
후드득 떨어진다
힘 빼고 천천히 두 발을 옮기면서
맨발이 감지하는 몸의 통점 읽는다
긴장된 표정 몇 개가
불안하게 서 있다

이송희 ㅣ
2003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등단. 시집 『환절기의 판화』 『아포리아 숲』 『이름의 고고학』 『이태리 면사무소』, 평론집 『눈물로 읽는 사서함』 『아달린의 방』 『길 위의 문장』 『경계의 시학』, 학술서 『현대시와 인지시학』 등이 있음. 〈가람시조문학상〉 신인상, 〈오늘의시조시인상〉 수상. 2010년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지원금, 2013년 · 2018년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수혜.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03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