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 저자 | 홍은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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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나무
― 루앙프라방 1
시엥 통 사원 ㅅ자로 뾰족하게 솟은 지붕 밑
노을 받아 빛나지 않아도 늘 짙은 노을빛
서쪽 외벽을 가득 채운 나무 한 그루
색색으로 박아 넣은 유리조각 거울들이 모여
둥치로 서고 가지로 뻗고 잎새로 핀 그 나무
그 나무를 나는 영혼나무라 부르기로 한다
나무는 땅이 하늘에 쓰는 시*라 했지
중력으로 나뭇잎 하나 떨구지 않고
그림자도 없이 허공에서 훨훨 자유롭다
스님들이 저녁 햇살 부서지는 사원 뜨락을 오간다
주황 가사로 영혼을 감싼 나무들
주지 나무, 상좌 나무, 동자 나무…
부겐빌레아가 붉은 꽃을 매달고
오고 가는 나무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내가 나무인 줄도 모르고 왔다가
한 그루 나무가 되어 사원 문을 나선다
해는 이미 졌는데 내 영혼이 노을빛으로 빛난다
희미한 빛 그러나 스스로 빛나는
호박색 등불이 켜지는 거리
상점에서 나무들이 걸어 나오고
식당으로 나무들이 걸어 들어간다
시장 좌판에 앉아서 소리치는 나무들
담벼락에 기대어 멍때리는 나무들
거리는 온통 환한 숲속이다
한 그루 나무가 된 나는 아니 원래 나무인 나는
거리의 숲속으로 느릿느릿 걸음을 옮긴다
영혼나무에도 그늘이 질까
곰곰 생각에 잠기는 황혼 무렵이다
*칼릴 지브란

홍은택 ㅣ
1999년 《시안》 등단. 시집 『통점(痛點)에서 꽃이 핀다』 『노래하는 사막』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03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