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 저자 | 박제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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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반도주
시인들 틈에 끼어 팽목까지는 어찌어찌 갔던 건데
막상 시를 읽으라는 데는 도무지 불편하다
나 혼자 잘 살겠다고, 남의 사정 몰라라
내 식구 먹여 살리겠다고, 남의 식구 몰라라
그냥 살던 대로 살면 되지 뭐하러 왔을까
뭔 낯짝으로 시인입네 앉았을까
차마 면구스러워서 그나마 염치는 있어서
슬그머니 도망쳐 왔다
“팽목이 맹목으로 쓰일 때 시는 가짜다 어쩌구 저쩌구”
시 같지 않은 시도 슬그머니 쓰레기통에 버리고 왔다

박제영 ㅣ
강원 춘천 출생. 1992년 《시문학》 등단. 시집 『그런 저녁』 『식구』 『뜻밖에』 등, 산문집 『사는 게 참 꽃 같아야』 등이 있음. 달아실출판사 편집장.
월간 웹진 공정한시인의 사회 2019년 03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