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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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백인덕 

종말처럼, 시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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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비는 어떻게 내렸나,

복도엔 큰 웃음소리,

알루미늄 창틀에 떨어진

빗물보다 투명하게 웃던 어떤 이,

춘천의 상념과 칠판에 뒤섞인 얼굴

보았던가, 상상했었던가?

 

시월의 비는 누구를 때렸나,

더 가늘어진 어깨,

힘겹게 버린 책 몇 권 아직도 가슴에 두고

오르고 내리는 것, 다 생은 눈물져

비빔밥을 먹고

청소를 하고

먹통이었던 전화를 몇 대 때리고

파랗게나 검게 밑줄 긋는

그래도 생은 뜨거웠는데

 

자기만을 적시는 구월의 비,

작은 기침과 높이 올라가지 않는 왼팔

누구는 사상을 말하고

누구는 습성을 말했지만

기침은 생득(生得)에 가까워

제대로 놓인 돌의 형태를 알지 못한다,

 

기침소리 잦아들고,

아무리 힘센 바람마저

가슴을 열고, 비집고, 찢을 일 없으니

사랑은 깊어 단단한 돌,

아니 잘 부서지는 흙 한 덩이 되는 일.

오래된 미래, 스승이여!

 

그대 호흡은 여기 앳된 얼굴들

폐에 스미고

혈관을 흘러 가슴 깊숙이 맺힙니다.

정월에는 안개만 가득하려나 봅니다.

사이사이 환한 미소, 간간한 기침,

들으려는 자에게는 다 들리니

맘껏 웃으며 터지소서.

종말처럼, 시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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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16일은 작고한 시인 이승훈의 1주기였다. 선생님은 ‘시(potry)’를 가르쳐주었고, 시인의 길도 열어주셨다. 춘천 묘소를 찾아 추도식 및 묘비 제막식에 참석, 제자고 후배 시인으로서 아직은 소박한 추도시를 낭송했다. 여기에 그대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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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_백인덕.jpeg

백인덕 ㅣ

1991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단단함에 대하여』 『짐작의 우주』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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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0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