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 저자 | 강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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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과 ㅁ 사이
함박눈이 오고 나서
햇살이 방향을 바꾸었다
햇살은 ㄴ과 ㅁ사이로 미끄러지며
길을 버리고 바쁘게 달아났다
내가 ㄴ이었던가 당신이 ㅁ이던가
시간을 잃어버린 게 ㄴ안이든 ㅁ밖이든
행복한 자들은 관심이 없다
태양도 잠시 지치겠지
ㄴ과 ㅁ 사이로 눈이 내려 길은 꽁꽁 얼어붙는다
온종일 햇살의 은총을 누리지 못한 자들
밤거리에서 ㄴ 혹은 ㅁ을 무작정 기다린다
버스가 오지 않는 밤
ㄴ과 ㅁ이 죽음을 맞기 딱 좋은 길 위
ㄴ과 ㅁ사이로 누군가가 미끄러지다
다가오는 눈빛 밖으로 ㄴ과 ㅁ이 밀려난다
헐거운 옷을 입은 자들이 손 비비며
은밀한 기도로 햇살을 불러들이는 거리
유신론자들이 가식을 숭배하는
잔인한 12월, 밤 가운데
ㄴ과 ㅁ 사이로 문장이 닿을 지도 몰라
오래전 영화 ET의 한 장면처럼
손가락 끝에 삶을 모으고
길 위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자들을 본다
ㄴ안으로 ㅁ 밖으로 크리스마스 캐롤 들린다

강순 ㅣ
1998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이십대에는 각시붕어가 산다』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01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