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사의 시선
 
공시사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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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은후 

   

  

 

 

                                              

서북쪽으로 밀리는

 

 

 

 

 

  나는 나무를 그릴 때 뿌리를 그리지 않는 버릇이 있다

 

  땅이 도면보다 모자란다는 소문

  모자란다는 것은 뿌리를 서북쪽으로 두었다는 것

  실선 하나에는 지각변동이 숨어 있다

  무너지지 않는 서북쪽으로 밀렸으니 다행이다

 

  등기 문서에서 50여 평이 날아갔다

  땅들이 서로 등을 떠밀었을까

  다음날부터

  집 앞 계단 네 번째까지 오던 햇볕이

  세 번째에서 끊어졌다

  집 모퉁이에는 일곱 송이 수선화가 피었는데

  어제만 해도 햇살이 일곱 송이 다 비치더니

  오늘은 세 송이만 비치고 가버렸다

 

  말할 수 없는 힘이 경계를 밀고 있다

  그 방향이 지구 자전 방향과 관계하고 있다면

  푸른 모니터가 할아버지 땅을 삼켜버린 힘이다

 

  GPS가 전설의 영향권에 들면서

  큰 나무 뿌리들은 밤마다 오므라들었다

 

  리투아니아의 전설을 생각한다

  신으로부터 받은 재물은 측량하면 종잇조각으로 변한다*는

 

 

                                 

  * 요정으로부터 받은 재물을 세거나 계산하면 그 재물이 종잇조각으로 변해버린다는 리투아니아 민간 설화 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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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후  l

2011년 《시인동네》 등단. 시집 『분간 없는 것들』 『2퍼센트 동화』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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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호 공시사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