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사의 시선
 
공시사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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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미연 

   

  

 

 

                                   

모호한 밤

                        

 

          

 

   

  낮과 밤을 나누는 기준을 알고 있니?

 

  경계는 짓는 건 누구의 월권일까.

 

  적요(寂寥)가 빗방울로 다가올 때는

  거울 앞에서 함부로 얼굴을 내뱉지 않기

 

  닳아버린 내 가장자리를 들키지도 않기.

 

  낮과 밤의 경계를 딛고 서서

 

  엿보았어,

 

  어둠이 몸속 구석구석 서서히 나에게 스며들면

  가끔 난 시름하고 꾸물거리게 돼.

 

  얇게 잘린 생각들이 얼룩처럼 나의 가장자리마다 묻어 있구나.

 

  밤이 되기 직전을 설명해 봐.

 

  청각은 비릿하고

  시각은 물컹해

  촉각은 보랏빛이고,

  후각은 모호하지

 

  밤을 맞는다는 건

 

  거창하고 아름다운 경계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버틴

  견딘,

  우리들의 범람.

 

  숭덩숭덩 잘린 햇살 반죽을 모아, 무너지는 노을 안에 던져보았어

 

  어둠을 굽던 너가 내 경계로 흘러드는 일

 

  그리하여 너와 나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일

 

  이건 적멸일까, 탄생일까

 

  바깥쪽임과 동시엔 안쪽이었던 그날이

  뒤틀린,

  비틀린,

  세계의 문을 열었어.

 

  최초이자 최후였던

  그 낱낱의

  밤들이 숨죽여 줄 서 있었지.

 

  낮보다는 밤에 스며드는 게 낫겠어.

  어둠을 입는 것이 어둠을 잃는 것보다 쉬워 보였거든.

 

  암연에 수몰된 그 하루,

  겹겹이 쌓인 페스츄리 같은 표정을 짓던 너를.

 

  그때 너가 건네 준 그 밤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었을까.

 

  난 가끔 모호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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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연  I

2022년 《시와산문》 신인문학상 대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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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호 공시사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