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임원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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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삼가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이건 아마도 내가 간신히 해낸 조금 다른 생각. 방금 전까지는 늘 하던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배드민턴 칠래? 하고 물으니 울면서 도망가던 아이. 깊은 곳에 노크를 해보는 마음 같은 것들. 소리가 돌아오면 누군가 있는 것이라고 배웠지. 하지만 고요 속에도 있을 건 다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고. 외면했던 방들은 모두 나의 죄가 되었다. 언제라도 읊조리기 좋은 죄. 그게 있어서 나는 네가 아니라 나를 더 오래 생각하곤 했지. 뭐가 됐던 생각은 사치라던데. 네가 됐든 내가 됐든, 사치를 줄이면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침묵을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지게 될까.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이건 아마도 내가 이곳에 있어야 할 합리적인 이유. 그리고 합리는 준비 없이 떠올릴 수 있는 생각, 본능의 일종일지 모르지. 깊은 곳에 빠졌다가 옷이 젖을까 봐, 나를 불러세우는 노크 같은 것들. 버스가 여러 대라 다행이다. 집으로 가는 버스가 와도 타지 않은 내가 여전히 버스를 기다릴 수 있으니까. 그게 말이 되니까. 사랑을 버린 내가 또다시 사랑을 기다리는 거랑 다르잖아? 이건 안되니까. 그래도 정류장에는 종종 널 닮은 사람들이 나타나고 놀란 나는 바다에 빠졌다가 간신히 또 버스를 기다리고, 그걸 반복하다 마지막 버스를 놓친 날도 있었다.

임원묵 l
2022년 《시작》 등단. 시집 『개와 늑대와 도플갱어 숲』이 있음. 제18회 《시인광장》 선정 〈올해의좋은시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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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호(VOL.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