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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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오주리 

   

 

 

 

 죽음의 도시

 

 

 

신은 자신이 창조한 피조물들의 전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전쟁의 마지막 과녁은 자신이란 걸 인간은 알지 못했다

 

1

   

  빙하 녹아 유빙 타고 내려온 아기 북극곰, 인가의 불빛 따라가다 탕―, 단 한 발의 총성에 함박눈을 붉은 피로 적셨다 자작나무숲 묘지에 모든 눈물 쏟은 편서풍은 더 이상 인간을 애도하기 위한 눈물 남아 있지 않았다

 

  암석사막 한가운데 로드러너가 선인장 꼭대기에서 숨 가빠하던 한낮, 오아시스의 갈라진 바닥에는 회백색 피부의 변사체가 인간의 죄악 폭로하며 누워있었고 짝짓기하던 쉬파리는 콧구멍에 알을 슬었다

 

  태양의 계절, 광합성조차 멈추고 타들어 가던 월계수 잎에 불씨 날아오자 재의 날 신전이 무너지듯 나무그루 쓰러지고 달아나던 다람쥐는 공중에서 재로 변했다 인공위성은 흘러넘치는 용암이라 오보하였지만, 천사는 인간의 범죄라며 글썽거렸다  

   

2

 

  수도관에선 녹물이 코피처럼 흘러내렸다 산모는 탯줄에 매달린 태아의 몸을 그 녹물로 닦을 수밖에 없었고 태아는 어머니의 가슴에 안겨 부르르 떨다 깨어나지 못했다 생명을 잉태한 여인들은 모두 그 도시를 탈출하려고 떠나는 기차를 향해 손 흔들었다

 

  그 도시의 시장은 갓난아기의 영혼이 눈물 머금은 별이 되어 빛나는 데 눈감았다 병든 대지의 어머니가 젖줄을 흘려 줄 힘을 잃었음을 외면했다 말라비틀어진 젖줄 끝에 그 도시에 죽음의 그림자 번져 갔다

 

  적색 경고등이 재난을 알리자, 아스팔트에 바람조차 멈추었다 바이올린으로 사랑의 인사를 연주하던 거리의 악사는 사라지고, 톨게이트로 들어서던 차들은 후진하였다 누구는 황무지라고 했지만 또 누구는 성채라고 했다

 

  이 출구 없는 도시의 사람들은 광장 한가운데 황금빛 탑의 눈부심에 눈이 멀어, 누군가는 절을 하였고, 또 누군가는 똑같은 탑을 쌓아올렸으며, 또 누군가는 먹느라 아무 관심 없었다 시장이 거상을 불러들여 돈이 풀리면 공사장에는 이방의 노동자들 모여들고 황금빛 성채 드높이 오를 때 시장은 지상천국을 외쳤지만

 

  시인은 텅 빈 원고지에 심장을 쥐며 저녁 어스름으로부터 죽음의 사자가 다가옴을 보았다 눈먼 시민들은 이 도시가 지옥임을 제 목이 타들어 간 다음에야 깨달았다 아둔한 시장이 사탄의 권세 빌려 피의 입맞춤으로 재앙을 불러들였음을

     

3

 

  빗물이 성 프란치스코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로 흘러내리던 새벽, 미망인이 눈물로 고해의 기도 바치자 성모상에 이슬이 빛나 키리에 연주하던 천사는 하늘의 명부에서 시장의 이름을 태워버렸다

 

  계절 내내 바다에 먹구름은 걷히지 않았고 갈매기는 모래사장을 거닐었다 빗방울은 소나무 뿌리 지나 더 깊이 맨틀까지 스몄다 흙에 묻혔던 성배에 물이 고이자 잠자던 씨앗 터지며 어린싹 내밀기 시작했다

 

  그것은 쓰러져가는 신의 눈물이었다

 

 

 

 

 

 

 

 

 

 

 


 

신작시_오주리.jpg

오주리  l 

2010년 《문학사상》 등단. 시집 『장미릉』(한국무화예술위원회 나눔도서), 학술서 『김춘수 형이상시의 존재와 진리 연구』(세종도서), 『순수의 시』(대한민국학술원 우수도서) 등이 있음. 현재 가톨릭관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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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호(VOL.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