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025
Extra Form Output
저자 김미량 

   

 

 

 

 

 작두의 시간

 

 

 

 

 

  인터넷으로 주문한 휴대용 작두가 도착했다

  첫인사로 노래를 줄까


  청포도 맛 사탕을 줄까

  작두의 카리스마는


  미리 받는 크리스마스 선물

 

  설렘은 사라지고 망설임만 남았다

  작전일까

  누군가의 툭 끊어진 혀를 들고 와서

  깜짝 놀라 자빠지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나는 새벽이다
  나는 사막이다
  나는 구급차다
  나는 벼락처럼 태어나는 이별이다

  혼잣말은 꿍꿍이 가득 찬

 

  작두의 서늘한 말

  여름이 지나면 이가 시린 물냉면처럼


  식탁 위에 망고는


  바나나 딸린 어른처럼 침착해


  길게 늘어트린 스킨답서스 꼬리는 소중해

  베란다 채반에 말리다 만 먹구름을 끌어당겼다


  하양에서 검정을 반 토막 내볼까

  오 반짝이는 공포의 작두 베일라

  실수로 나의 오른팔을 내어줄까 봐

  투명 비닐봉지에 담긴

  황태 머리 하나씩 입에 넣었다

  반 토막 난 머리는
  무를 만나 육수를 낳고 우동을 낳고 흰머리 노인을 낳고

  작두는 연두를 만나 좋은 날 잡을 거야
  첫째 믿음을 낳고 둘째 고요를 낳고
  셋째 기도를 낳고 넷째 화요일을 낳고

  작두의 시간이 멈췄다

 

 

 

 

 

 

 

 

 

 

 


 

신작시_김미량.jpg

김미량  l 

2009년 《시인시각》 등단. 시집 『신의 무릎에 앉은 기억이 있다』가 있음.

 

 

 

—

2025년 11월호(VOL.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