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김현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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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는 너무 어려워
김현서
조용히 있는 것 같지만
낱말들도 다 생각이 있나 봐
반갑다는 콧김을 푸엉푸엉 내뿜는 조랑말 같고
즐겁다는 유리창에 떨어지는 햇살처럼 똥땅똥땅
파리는 잽싸게 발에 묻은 똥을 털어내도
냄새는 킁킁 벌렁벌렁
더럽다는 에그 지지 퉤퉤퉤
급하다는 허둥지둥 후다닥 휙
으악 똥파리가
내 이마에 앉으려고 해
탁!
어쩌겠어
더 더 더 읽고 싶지만
덮다는 똥파리보다 빠르고 똑똑한 걸

ⓒMJ Jin,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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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문득문득 생각에 빠진 낱말들을 만납니다. 저마다 다른 빛깔과 모양으로 까불거리기도 하고 얌전빼거나 예쁜 척하며 도란거리는 낱말들을 만나는데요. 그럴 때마다 낱말들은 자기만의 표정과 눈빛과 몸짓으로 나를 쳐다봐요. ‘반갑다’는 콧김을 푸엉푸엉 내뿜는 조랑말처럼, ‘즐겁다’는 유리창에 떨어지는 햇살처럼 똥땅대며 말이에요. 때론 짓궂게 장난치는 낱말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지만, 낱말들이 아이들처럼 살아 움직이는 듯 느껴져서 더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동시 속의 아이는 엉뚱한 생각만 하다 똥파리 핑계를 대며 책을 덮어버리지만, 낱말들이 하는 이야기가 궁금해서 또다시 책을 펼쳐 듭니다. 오늘은 어떤 낱말 소리가 들릴까요? 그런데 ‘와장창’이나 ‘우당탕퉁탕’처럼 사고뭉치 낱말을 만나면 어쩌죠? 얼굴이 시뻘게진 엄마가 빗자루를 들고 달려올 것만 같습니다.

김현서 l
1996년 《현대시사상》 시, 200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시집 『코르셋을 입은 거울』 『나는 커서』, 동시집 『수탉 몬다의 여행』 『짜! 짜! 짜!』, 청소년시집 『탐정동아리 사건일지』 『숨겨 둔 말』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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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호(vol.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