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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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선정 

   

 

 

 

 딸기를 새기는 밤

  

 

 

    

 

  뾰족 올라오던 유채꽃망울이 삼월의 폭설에 흠칫 놀라 다시 납작 엎드린, 맹방 길을 달린다. 불 켜진 딸기 농장을 그냥 지나치다 저만치서 다시 차를 돌린다. 늘 이렇게 내 뒷덜미를 사정없이 잡아챈다. 그 빌어먹을 시(詩). 열이 펄펄 나는 어린 아들에게 눈밭을 뒤져 구해와 먹인 빨간 산수유 열매와, 암 병동에서 미음 한술 겨우 뜨고 누운 어머니의 목구멍에서 피어난 매화꽃이, 이승잠 주무시는 빨간 꽃무늬 양말이*, 딸기씨처럼 빨갛게 가슴에 와 박힌 저녁. 싱싱한 딸기 바구니가 팔순 노모의 집으로 먼저 달려가게 하는 힘. 그 푸릇한 꼭지가 오물오물 그녀의 행복한 입을 바라보게 하는 힘. 나는 그런 시에 덜미를 잡혀 언제나 그보다 늦은 시를 쓴다. 내가 앞선 시는 없다. 빌어먹을 시의 뒤쪽에서 시의 힘에 이끌려 나는 질질 끌려가며 시를 떼어내지도 팽개치지도 못한 채 딸기, 딸기 등, 과 같은 타투를 온몸에 새기며 웅크렸다가, 지우다가, 도려내다가,
 
  낮게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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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살아야지. 빌어먹을 시(詩)!

 

  

                                   

  * 김종길 「성탄제」, 김수우 「이승잠」 차용

 

 

 

 

 

 

 

 

 

 

 


 

신작시_이선정.jpg

이선정  l

2016년 《문학광장》 등단. 시집 『치킨의 마지막 설법』 『고래, 52』(2023 아르코 문학나눔 선정)가 있음. 2020년 강원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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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호(VOL.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