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 저자 | 조성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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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판화
대연동 네거리 건널목 한쪽
만물상 노점이 가을볕을 쬔다
조명도 광고도 없이
그냥 은행 바깥벽을 진열대 삼아
길가에 나앉은 수공품들
부채, 빗자루, 등긁개, 소쿠리, 용수, 죽부인
베트남산인지 중국산인지
하루에 한 개도 팔릴 것 같지 않은
철 지난 물품들 그래도 구색 갖추어
들쭉날쭉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자본금 얼마나 들였는지
은행과 무관하게 은행 벽을 독점하며
길거리 지배해온 만물상 주인,
자신이 앉은 의자만큼 낡은 사내,
물건이야 팔리건 말건
항상 제자리 굳건히 지키고 있다
무슨 내용인지
행인들과 신호등과 차량 경적 사이
혼잣말을 내뱉기도 하면서

조성래 l
1984년 《지평》, 《실천문학》 등단. 시집 『두만강 여울목』 『천 년 시간 저쪽의 도화원』 『목단강 목단강』 『쪽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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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호(VOL.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