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 저자 | 김리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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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A
호로록호로록 새소리 오고
사람이 없다.
읽던 대사 한 줄이
맞장구친 마음을 기억한다.
서 있기만 하면 조율되던
먼지 낀 그림들
왜 덧칠해 보지 않았나.
그땐 없던 생각이 마주쳐 온다.
층층이 높은 계단길
슬레이트 지붕 아래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저녁이 오고
세트 B에서 촬영을 이어간다는데
반드시 이 드라마가 필요한가.
시청자들에게 물어야겠다.
설문조사하기 전에 알려야 할 사항
달궈진 분위기로 연기할 사람이 없다.
날마다 허니문을 연출할 감독도 없다.
머릿속에서 일어난 일인지
울부짖은 적 없는데
밀쳐지고 요동치고
짧지만 섬뜩한 소리 들리지 않는다.
생각하고 숨 쉬고
굳어버린 그릇들
모습과 목소리가 없는 사랑은 없다.

김리영 l
1991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서기 1054년에 폭발한 그』, 『바람은 혼자 가네』, 『푸른 콩 한 줌』, 『춤으로 쓴 편지』(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푸른 목마 게스트하우스』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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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호(VOL.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