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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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은규 

   

 

 

 

 파우더 스노우

  

 

 

 

 

  여름아 부탁해

  케이크 위에 슈거 파우더를 뿌리는데 떠오른 기억

  지난겨울이 마중 나와 있다

 

  깊은 밤 도착한 운하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윤슬 대신 검은 물결이 일렁이고 그 위로 가만히 눈 내리는

 

  그런데 오타루 뜻이 뭐지 반짝이는 모래의 하천이라는 뜻이래 응 근사하다 그렇지 근사하지

 

  맨 앞에 선 사람을 선구자라고 하는데

  우리는 약속처럼 뒤늦게 도착하는 사람

 

  앞서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는 게 익숙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서사는 뒤늦게 출발하는 사람들을 위해

  순례자의 역할을 남겨두었는지도 모른다

 

  이미 뜨겁거나

  차가운

 

  한여름에 떠올리는 겨울 오타루

  계절보다 계절감이 길다

 

  벌써 무겁거나

  가벼운

 

  대체로 기온이 낮고 바람이 강할 때 내린다는 파우더 스노우, 잘 뭉쳐지지 않는 건조한 가루 모양의 눈, 여름아 부탁하지 않을게

 

  기념품으로 나눠 가진 스노우볼 안에는 사계절 내내 눈이 내리고 붉게 물든 소녀의 볼도 아직 그대로야 철없는, 겨울과 겨울이 있을 뿐

 

  떠올랐다 가라앉는 눈송이들이 괜찮다 괜찮다 주문을 외우고 있지만

 

  뭉쳐지지 않는 건 여기 또 있어

  눈발처럼 흩날리는

  뒤늦게 도착한 기억이

  반짝이는 슈거 파우더 사이로

 

 

 

 

 

 

 

 

 

 

 


 

신작시_이은규.jpg

이은규  l 

200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다정한 호칭』 『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 『무해한 복숭아』가 있음. 〈김춘수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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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호(VOL.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