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유수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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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같은 평화
선생님은 우리가 낙동강을 지키지 못했으면 너네 다 목에 빨간색 마후라를 하고 김일성을 찬양하고 있을 거라고 했을 때 빨간색 스카프를 한 내가 조금 예쁠 것 같았다 나는 빨간색이 잘 어울리는 피부색이라고 말해줬다 이념이 가진 색을 모르고 색으로 구별할 사람도 모른다 정치학을 배운 사람이 이념은 이제 낡은 관념이라고 한다 냉전 시대의 산물도 변화해 그때의 공산당과 지금의 공산당이 같지도 않고 지금의 자유주의도 자유주의가 아니라고, 어렵다 어려워 그렇게 어려운 거야 지금은 성별도 두 개만 있지 않잖아 다양하게 길어지고 다양하게 다정할 수 있지만 세세하면서 세심하게 어려워지고 있잖아 사람마다 다 사람이 있잖아 사람마다 사람 같지 않은 사람도 있는 것처럼 홀로 살지 못하면서 홀로 뛰어난 개인이 되어야 한다고 교육받는다 외로운 이유는 혼자 잘 살아야 해서 그런 게 아닐까 뛰어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자신을 살리는 것뿐이고 부족한 백 명이 할 수 있는 건 한 명의 사람을 구하는 것일 수도 있지 다양하고 복잡한 정체성 속에도 그저 사람이 있음을 잊지 않으면 돼 그냥 그런 거야 하고 살면 되는 거지 어려울 게 있겠어 어느 날 빨간 스카프를 두르고 광장에 갔지 역시 나는 뭐든 잘 어울리고 내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면 남들도 그렇게 생각해 줬다 사람들이 손에 손을 잡고 멀리 갔다가 돌아오면서 비가 와도 웃으면서 멀리 갔다가 돌아오면서 마치 무언가를 지키는 것만 같았다 떠밀려 가는 어떤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띠를 만들 듯 흘러가지 않으려 부둥켜안듯이 그때 알게 됐어 이 강 같은 순간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유수연 l
201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기분은 노크하지 않는다』 『사랑하고 선량하게 잦아드네』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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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호(VOL.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