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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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연정모 

   

 

 

 

 선하고 아름다운 수영장

  

 

 

 

 

  겨울의 실내수영장

  따뜻한 냄새

 

  사람들은 슬프고 상냥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이곳에 온다

 

  세로로 긴 창밖에서

  죽은 나무들의 부스러기와 오후의 기울어진 빛들

  쏟아져 내리므로 전혀 어렵지 않음

 

  어느 새벽엔 자다 깼는데

  내가 내 등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말랑한 구간 없이 납작한

  등

 

  쉽게 떠올랐다 안전하게 추락하는 꿈을 꿨지

  날개 없이도 가벼웠어

 

  나는 이게 어떤 사랑보다 재밌고 좋더라

  둥실한 느낌 같은 것

  두 팔로 들어올려진 것처럼 명료히 깨어났을 때

  오래된 신전처럼

  정확히는 기둥처럼

  귀퉁이가 부스러진 채로도 온전한 기분

 

  그것만이 나의

  원래였던 기분

 

  석고 같은 슬픔들이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그게 얼마나 따뜻한지

  물속에 잠긴 몸 부끄럼 없이 데워진다

 

  초급반 회원들의 토르소를 감싼 탄탄한 재질의 스판덱스

  대체로 어두운 색이다

 

  삶은 몸 뒤에 숨곤 하고

 

  매사 어색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보라색 로션 냄새 감도는 공기

  수증기와 소독약 그리고 따뜻한 바닥이 섞여 만들어내는

  부드러운 슬픔의 질감

 

  안전히 추락하고 가볍게 사랑하는 꿈

  두려움 없이 만지고 만져지는 꿈

  이곳에선 슬픔의 연료가 되고

 

  사람들은 전부 좋아해 준다

 

  나는 이곳

  크고 선량한 수영장에서

 

  좋은 냄새를 맡는 거야

  착지를 두려워 않는

  가벼운 몸으로

 

  늙어서 보수가 필요해진 푸르고 흰 타일들이

  내 몸을 기다리고 있다

 

 

 

 

 

 

 

 

 

 

 


 

신작시_연정모.jpg

연정모  l 

2024년 《문학수첩》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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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호(VOL.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