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연정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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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하고 아름다운 수영장
겨울의 실내수영장
따뜻한 냄새
사람들은 슬프고 상냥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이곳에 온다
세로로 긴 창밖에서
죽은 나무들의 부스러기와 오후의 기울어진 빛들
쏟아져 내리므로 전혀 어렵지 않음
어느 새벽엔 자다 깼는데
내가 내 등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말랑한 구간 없이 납작한
등
쉽게 떠올랐다 안전하게 추락하는 꿈을 꿨지
날개 없이도 가벼웠어
나는 이게 어떤 사랑보다 재밌고 좋더라
둥실한 느낌 같은 것
두 팔로 들어올려진 것처럼 명료히 깨어났을 때
오래된 신전처럼
정확히는 기둥처럼
귀퉁이가 부스러진 채로도 온전한 기분
그것만이 나의
원래였던 기분
석고 같은 슬픔들이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그게 얼마나 따뜻한지
물속에 잠긴 몸 부끄럼 없이 데워진다
초급반 회원들의 토르소를 감싼 탄탄한 재질의 스판덱스
대체로 어두운 색이다
삶은 몸 뒤에 숨곤 하고
매사 어색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보라색 로션 냄새 감도는 공기
수증기와 소독약 그리고 따뜻한 바닥이 섞여 만들어내는
부드러운 슬픔의 질감
안전히 추락하고 가볍게 사랑하는 꿈
두려움 없이 만지고 만져지는 꿈
이곳에선 슬픔의 연료가 되고
사람들은 전부 좋아해 준다
나는 이곳
크고 선량한 수영장에서
좋은 냄새를 맡는 거야
착지를 두려워 않는
가벼운 몸으로
늙어서 보수가 필요해진 푸르고 흰 타일들이
내 몸을 기다리고 있다

연정모 l
2024년 《문학수첩》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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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호(VOL.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