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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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현택훈 

   

 

 

 

 울력

  

 

 

 

 

  성담 위 하늘에 달이 뜨면

  돌에 낀 이끼가 푸른색으로 노래한다.

  노동요를 기억하고서 더께의 창법으로 부른다.

  그러니 성담 옆을 지나갈 땐

  홀린 듯 멈출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비와 바람은 시간과 비슷한말이어서

  허물어진 성담을 재건하는 몫을 마련해둔

  민들레에게도 고맙고,

  저 먼바다 너머에서 왔다가

  다시 못갖춘마디로 흘러가는

  그 곡절의 해류에도 인사를 건네야지.

  예나 지금이나 달은 참 밝고,

  달력은 세고 헤아리는 나날인 것이니까

  ‘력’ 글자는 ‘책 력(曆)’이지만

  ‘힘 력(力)’으로 다가와

  하루하루 건사하는 힘으로

  날을 밀어 달을 채우므로

  저녁달은 나뭇잎에도 흔들리기 마련이네.

  삭망이면 반절은 밀어낸 거잖아.

  귀가하는 사람들 위해

  달처럼 가로등을 설치하였듯

  무사히 귀서한 것들은 다

  음률이 되어 달밤을 덮고 주무셔야지.

  그럴 자격 차고 넘칠 때

  보름달이 저녁의 동네를 품는 것이지.

  오래된 성담 옆 안내판 글씨는

  달빛서체로 쓰여 있고,

  달빛도 그러하듯 흔들리는 것들은

  노랫말이 되고, 가락이 되는

  그 내력에는 땀방울 같은

  이야기의 일이어라.

 

 

 

 

 

 

 

 

 

 

 


 

신작시_현택훈.jpg

현택훈  l 

2007년 《시와정신》 등단. 시집 『지구 레코드』 『남방큰돌고래』 『난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아요』 『마음에 드는 글씨』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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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호(VOL.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