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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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미 

   

 

 

 

 옷무덤

  

 

 

 

 

  당신을 벗은 채 누웠습니다 지난날들이 쏟아집니다

  다양한 색깔과 패턴의 친구들과 함께 있지만

  칸타만토 중고의류 국제시장은 하염없고,

  많은 사람들의 눈길 속에서도 나는 외롭습니다

​

  흠집이 치맛자락을 만지면 단추가 옷깃을 여밉니다

  당신과의 첫 만남과 버림받은 사연을 품고 있기 때문이지요

  체온과 습관이 나에게 배어 있는 까닭이지요

  당신으로 살았던 이야기들 말고는

  무엇으로도 이름 붙일 수 없는 당신이 되었다가 내가 되어갑니다

  그리움의 나날이라고 부를까요

  포클레인이 지구를 긁어대자 모래바람이 붑니다

  저기 모래언덕의 구덩이에서는 사막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구덩이에 버려진 친구들은 생매장되고

  당신을 떠난 뒤, 어떤 최신 유행도 아니고 싶은 나는

  진열된 옷들 틈에서 숨을 죽이곤 합니다

​

  몇 달 전에 당신은 나를 벗어 헌옷 수거함에 넣었지요

  단추를 달아주던 손길을 당신과의 추억이라 여겨도 되겠는지요

  나는 향수병에 젖어서 오래도록 들여다봅니다

  아주 먼 미궁으로 떠밀려갈 옛정이 나를 슬프게 합니다

  수감의 시간에 묻힐까 봐 이렇습니다

  당신을 입고 서성거려도 지난날들이 자꾸 사라집니다

 

 

 

 

 

 

 

 

 

 

 


 

신작시_정미.jpg

정 미  l 

2005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개미는 시동을 끄지 않는다』 『우리가 우리를 스쳐 갈 때』 등 , 장편동화 『사랑을 싸랑한 거야』 『나도 책이란 말씀이야!』 등이 있음. 〈아테나아동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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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호(VOL.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