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함기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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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 ㅜ, ㄹ
물방울은 물방울이라는 물적 존재이자,
환영(幻影)의 기호다
빛과 어둠, 기억과 망각, 역사와 개인
예술적 치유도 회귀도 아픈 숨결이고 통증의 행위다
색(色) 성(聲) 향(香) 미(味) 촉(觸) 법(法)
나도 증발 중인 물방울!
흐르는 물
색(色)을 지우고 형(形)을 지우고
흐르는 방
이름을 지우고 뜻을 지우고 벽을 지우고
흐르는 나
흐르는 무
그건 벼락처럼 짧은 쉼표
그건 세상에서 가장 꼬리가 긴 느낌표
둘 사이에서 춤추는 붓
춤추는 하늘〔天〕 춤추는 땅〔地〕 춤추는 사람〔人〕 하나
그는 침묵의 시
우주로 무한히 날아가는 빛, 물방울악단 지휘자
아무도 없는 봄밤
아픈 꿈이 아픈 기억이 아픈 음표들이
한 방울
한 방울
화폭 뒤에서 꽃빛 울음으로 맺힐 때
폐허의 지상에 빗물처럼 번지는 파문(波紋)의 레퀴엠
다가가 안아보면
다가가 퐁당 뛰어들면
아이처럼 웃으며 부서지는 ㅁ, ㅜ, ㄹ
아 그건
세 마리 새
끝없이 어둠 속을 날다, 날다, 날다, 다시
한 몸의 물이 되어 흐르는
어제 오늘 내일

함기석 l
1992년 《작가세계》 등단. 시집 『국어선생은 달팽이』 『착란의 돌』 『뽈랑 공원』 『오렌지 기하학』 『힐베르트 고양이 제로』 『디자인하우스 센텐스』 『음시』 『모든 꽃은 예언이다』, 동시집 『숫자벌레』 『아무래도 수상해』, 청소년시집 『수능예언문제집』, 시론집 『고독한 대화』, 비평집 『21세기 한국시의 지형도』 등 출간. 〈박인환문학상〉 〈이형기문학상〉 〈애지문학상〉 〈이상시문학상〉 〈송수권시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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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호(VOL.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