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 저자 | 손진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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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 목이 갸름한
저 요염은 머언 산맥의 현신(現身)
수천의 나무들이 머리칼 풀고 뛰어들어
만들어낸 빛나는 맨살
일어서다 쿵 쓰러지고 또 일어서는 교목의 관절들
마침내 물기 고이고 떨리며 스며 나오는 숨들 삼키며
아궁이는 또 알처럼 저 살들 낳았던 것
박물관 인파들 사이
뇌수를 치는 저 푸르고 흰 미색(美色) 탐하다가도 마음은
나무들 눈동자와 설레는 잎들
출렁이는 멧부리와 저무는 노을
어슬렁이는 멧돼지 흐르는 새소리의 지분(持分)을
유약으로 봉해놓은 천연덕스런 얼굴을 보는 것인데
귓바퀴는 갇힌 시간을 당겨
애잔한 산의 울음 몇 움큼이라도 뽑아보려 하지만
한번 걸린 산은 촘촘한 올 빠져나올 기미도 없고
미끄러지듯 지나는 몸뚱이는 왜
수백 년 이 땅 산과 계곡을 다 삼키고도
서늘한 흡반으로 빨아들이는
입 좁고 목선 갸름한 저이들에게 촉수 거두지 못하는가
골수를 파먹을 듯한 저 뇌쇄적인 눈매 앞에서!

손진은 l
198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시), 1995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문학평론) 등단. 시집 『그 눈들을 밤의 창이라 부른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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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호(VOL.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