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 저자 | 박판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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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우스에게
─ 평범한 인간이 자신의 욕망을 이겨내는 유일한 방법은 만족이 아니라 싫증이다
세이코 258년 가을, 사람이 직접 낳은 아이가
마지막으로 이 세상을 떠났다
그해 최고 발명품은 텔레스프릿이었다
특수전화기로 죽은 사람과 통화하는 장치인데
귀신이 먹고 마시고 자는 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성적으로도 여전히
고통받는다는 사실이 사람들을 침울하게 만들었다
율리우스라는 천재 로봇이 자살하기 위해
어린이에게 공구를 주어 자신을 분해하도록 한 이래
로봇의 자살은 법으로 금지되었다
“야단을 맞고 학교에서 나오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마구 녹슬어 버리고 싶다”
─ 서울 어린이로봇학교 2학년 5반 학급문고 중에서
괴로움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생각을 버려야 한다
괴로움이 일어나기 전처럼 한 생각도 없어야 한다
생각하는 로봇의 초기 버전을 보면
왜 사람이 자신과 같은 괴로운 인공의 존재를 만들려고 애썼는지에 관해 생각하게 된다
지금이 언제이고 여긴 어디고 내가 누구인지
비로소 있는 그대로의 내가 물을 때까지
인생은 끝이 없다, 그때까지 잘 지내렴 보고 싶은 율리우스야

박판식 l
2001년 《동서문학》 등단. 시집 『밤의 피치카토』 『나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나는 내 인생에 시원한 구멍을 내고 싶다』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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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호(VOL.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