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 저자 | 조은영 | ||
|---|---|---|---|
해독
나는 울고 있는 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당신은 웃고 있는 신에 대해 이야기해서
피멍이 든 간(肝)을 반으로 잘랐다
고층 빌딩 창가에 걸어두면
쇠 맛이 났다
부드럽고 퍽퍽한 시간을 씹어 먹으면
단어가 선명해진다
매끈하고 선연한 슬픔은
오래오래 씹어야 한다
혀끝에 감돌다 굳어버린 피의 맛
눈물을 핥아주던 짐승의 간
깡총, 뛰어넘어야 했을까
아니면 천천히, 발을 끌며 지나야 했을까
신호등이 바뀌었다
고층 유리벽에 붉은빛이 반사됐다.
힘줄을 드러내며 꿈틀댄다
간이다 간!

조은영 l
2020년 《시인수첩》 등단. 고려대학교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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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호(VOL.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