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 저자 | 정선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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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빌
표정이 한눈에 읽히지 않는다
기분을 가늠할 수가 없다
구름의 각도와 방향에 따라 시무룩과 귀여움을 동시에 연출한다
아프리카라는 말이 중생대 백악기로 들리는 것은
공룡 화석과 일치하는 그의 뼈 구조 때문
물음표를 던지며 아득히 먼 데서 그는 우리에게 왔다
살점을 붙이다가 만 뼈대의 거대한 구조물
철골의 긴 다리로 꼿꼿이 서 있는 모습이 작위적이다
아프리카의 폭군으로 이름이 난 포식자
날카로운 부리의 악력으로
단번에 작은 동물들의 모서리를 지워 삼켜버린다
오랜 시간이 쌓여 있는 모습은
살아 있는 화석인가 새의 진화인가
땅에 뿌리박은 자세로 나무가 품은 새의 기억을 더듬고 있다
자신을 잊은 것들의 동작 그만!
사물이 된다
하찮은 먹이를 구하기 위해 세 시간은 기본
기다림이 어떤 자세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가 낚아채곤 하던 게 먹이일까 시간이었을까
구두코를 닮아 슈빌이라 불리는 새
너무 큰 날개와 중력을 거스르는 몸집
지상에서 가장 큰 부리를 가졌다는 슬픔이 무겁다
고대에서 날아든 새
오만한 듯 소심한 듯
말뚝처럼 표정을 감추고 묵묵히 버텨낼 것이다

정선희 l
2012년 《문학과의식》, 2013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푸른 빛이 걸어왔다』 『아직 자라지 않은 아이가 많았다』 『엄마 난 잘 울어 그래서 잘 웃어』가 있음. 〈모던포엠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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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호(VOL.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