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심은섭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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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홀씨에게 쓴 서간문
어미가 너를 홀씨로 떠나보낸 지도 오래되었다
어디에 안착을 하여 집 짓고 산다는 소식이 없다
자정이 넘은 밤,
반송될 줄 알면서도 달빛 아래에서 마음을 펴놓고
먹빛 어둠을 찍어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간다
그 먼 길 떠나면서 검은 얼굴의 장마전선을 만나
너의 영혼이 흠뻑 젖어 보기도 했을 터이고
팔월을 가로지를 때면 도끼 눈빛의 태풍을 만나
망각의 강을 건널 뻔도 했으리라
이제,
시간의 흰서리를 맞은 이 어미의 등도 굽어지고
국화 향기가 걱정을 돋우는 시월 상달이다
동토의 땅이 되기 전에 너는 햇볕 잘 드는 곳에
생의 터를 잡아야 한다
재물보다 표독한 고독이 빠져나갈 창문을 내거라
네 몸만이라도 어지러운 풍문에 시달리지 않을
움막이라도 지어야 한다
새벽이다 편지를 마무리하며 하나만 더 당부하마
어두운 저녁이 되어도 대문은 잠그지 마라
천상에 계신 네 아버지가 비밀번호를 외울 리가
만무다
눈 내리는 겨울이 오면 네가
저 폭설 속에서도 한 뼘 남짓한 집을 지으려고
밤새도록 고뇌의 등불을 끄지 못한다는 것도 안다
허니, 어미에게 답장을 보내지 않아도 괜찮다
네가 갓 피워낼 노란 꽃이 어미에게 보낸 편지란다

심은섭 l
2004년 《심상》, 200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물의 발톱』 등, 시론집 『비대상시론』 등, 평론집 『한국현대시의 표정과 불온성』 등이 있음. 〈박인환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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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호(VOL.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