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 저자 | 권누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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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 있었다는 것을
너는 기억하겠지
너는 아름다운 가정에서 학대와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다
그 집은 아주 넓어서 숨어들기 좋았다
겨울을 보낸다 우리는 우리가 망친 것을 치우며 입김을 불어 이름을 쓴다
각자의 최후를 책임지기 위해 여러 번 실종되었던 우린
속죄하고 싶을 때마다 큰 쓰레기봉투를 사 그것을 꽉꽉 채워 내다 버렸다
망원의 익숙한 풍경 안에서
우리의 삶이 거듭되었음을 깨닫는다
손을 흔들면 누가 뒤돌아봤다
우리는 종소리를 전달하는 매질로서 우리를 선택했다
너는 이 집을 떠나 이사를 간다
빈 벽을 두드려 보는 일은 중요했다
어느 날 깊이 잠든
너의 곁에서 눈을 감으면 마음이 쉽게 축났다
손을 겹쳐 잡아야 이루어지는 소망 같은 게 있어
물끄러미 올려다보는 곳마다 사람이 살고 있었다
우리는 지옥보다 천국을 더욱 먼저 발견할 것이다 오래된 집 앞 산책로 가로등의 개수보다도 먼저
너는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질러
천국에 당도하지 못한 천사의 죄를 훔치기 위해 태어났다
나는 네가 훔쳐 오는 죄를 본다 그리고 새 차원의 시차를 목격하는 오늘의 오후
그 천사의 모든 잘못이 우리의 것인 양

권누리 l
2019년 《문학사상》 등단. 시집 『한여름 손잡기』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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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호(VOL.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