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계절의 공시사
 
지난 계절의 공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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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휘 

   

 

 

 

   

  여름, 복숭아뼈

 

                            최휘

 

 

   

  여름, 다리가 아프던 여름

 

  언니들은 학교 가고

  태양이 아픈 내 복숭아뼈를 찌르는 한낮

 

  집 뒤 과수원에서 엄마 아빠 바쁘게 일하는 소리

 

  나는 초코파이

  혼자 있는 초코파이

 

  내 오른쪽 복숭아뼈가

  썩어 간다는데

 

  다리를 자를지도 몰라

  엄마가 이모에게 말하던 소리

 

  초코파이를 오래 먹기 위해

  반의 반 반의반의 반

  우물우물 쭈물쭈물

 

  다 익은 복숭아

  툭 툭 떨어지는 여름

 

  

 

  

 


               

   안녕하세요. 최휘입니다. 맹렬한 무더위에 『여름아이』로 인사드립니다. 이 시는 『여름아이』에 수록된 시예요. 『여름아이』는 복숭아 과수원에서 태어나 골수염을 앓으며 살고 있는 한 아이가 여름이라는 계절을 통과하는 이야기가 담긴 동시집입니다. 그러니까 「여름, 복숭아뼈」는 『여름아이』 시집의 무대인 셈이죠. 복숭아를 닮은 복숭아뼈의 아픔과 초코파이처럼 끈적이는 나날들이 펼쳐질 곳이죠.

   “내 안에 살고 있는 어린 ‘나’를 만나세요” 동시를 쓰며 처음 들었던 이 말 덕분에 저는 어린 시절의 나와 만날 수 있었어요. 나를 기다리고 있는 아이가 있었다니……. 그 아이와 나는 복숭아 과수원 언덕을 뛰며 뒹굴며 놀았어요. 분홍술래가 되어 분홍과수원 구석구석을 누비고, 분홍사금파리를 주워 분홍밥을 해먹고, 분홍엄마, 분홍아빠, 분홍마을을 온통 휘젓고 다녔어요. 내 문학의 출발점이 그곳이었다는 놀라운 발견을 한 사건이었습니다.

  요즘도 가끔씩 글을 쓰고 있는 내 책상 건너편에 그 아이가 와 앉아 있곤 해요. 다리를 까딱거리며 흔들다가 어느새 폴짝 뛰어내려 어디론가 가버려요. 어린 시절의 진심을 사후적으로 찾아낸 저의 사건, 『여름아이』에게 안녕, 손 한번 흔들어주시길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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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휘 ​ ​​l

2012년 《시로여는세상》 등단. 동시집 『여름 아이』, 시집 『야비해지거나 쓸모없어지거나』 『난, 여름』이 있음. 제10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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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