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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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헌수 

     

 

 

 

 끝물 복숭아를 먹는 저녁

 

 

 

 

 

  스카겐 해변의 저녁이 출렁여요

  지루하지 않은 북해와 시월의 발트해는

  염도가 다른 우리처럼 무채색으로 부딪혀요

 

  모래사장에 새겨진 파도의 바큇자국

  기울어진 썰물의 경쾌한 리듬

  무수한 선이 그려진 스카겐에서

  안부를 묻는 눈금과 부스럭거리는 형편을 세어보아요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두 사람

  수평선을 닮은 당신은 코발트블루로 파도를 앉혀놓았죠

  바다에 와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은

  당신과 나의 시차가 아득하다는 것,

  당신의 단위로 나를 재는 표정이 청어 떼처럼 쏟아지네요

 

  물컹한 복숭아를 나눠 먹으며 나의 형편을 짐작하는 당신,

  매끄러운 복숭아에서 흐르는 과즙

  당신께 넣어주고 싶은 말은 진물을 흘리며 가득해져요

  마음을 포개는 손길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그 말을 웅성거리는 바다에 담아주었어요

 

  나를 먼저 읽어주는 당신과 닿는 시간은

  친절한 말로 공손해지기도 해요

  어떤 말에는 스카겐에 두고 온 푸른 곁눈질이 일렁여요

  바다의 눈썹 밑에 두고 온 명랑함이 자주 깜박거려요

 

 

 

 

 

 

 

 

 

 

 


 

신작시_김헌수.png

김헌수  l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다른 빛깔로 말하지 않을게』 『조금씩 당신을 생각하는 시간』, 시화집 『오래 만난 사람처럼』 『마음의 서랍』, 미디어북 『저녁 바다에서 우리는』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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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호 신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