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 저자 | 양성우 | ||
|---|---|---|---|
몽탄강*
나는 오늘 밤에 생시인 듯이 그 강물의 꿈을 꿀 것이다
잔물결 반짝이는 그 강가에 가서 물총새 해오라기의
날갯짓을 볼 것이다
운저리 황석어젓배 앞세우고 흑산 바다 홍어잡이 배들도
밀물을 따라서 올라오겠지
앞뒷산 그림자 일그러지며 물 아래 잠길 때쯤이면
간간이 솟구치는 참잉어 모쟁이 녀석들도 만나보고
현란하게 부서지는 저녁놀도 함께 바라볼 것이다
나는 꿈속에서 그 강으로 갈 것이다 꿈의 강에
천 리 넘는 먼 길인들 내가 어찌 못갈까
주름 깊고 허리가 휜 살붙이들의 땀 절은 푸른 들을 건너
긴 둑을 따라 갈대수풀 어우러진 그윽하고 아련한 곳
무지갯빛 그 먼 강에 내가 혼자 갈 것이다
나는 오늘 밤에 역력히 그 드넓은 강물의 꿈을 꾸며
내 가슴을 때리고 적시는 신비로운 강 울음소리도 들을
것이다
*몽탄강은 전라남도 무안 몽탄면과 나주 동강면 일대에 흐르는 영산강의 다른 이름임.

양성우 l
1970년 《시인》 등단. 시집 『겨울공화국』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북치는 앉은뱅이』 『길에서 시를 줍다』 『꽃의 일생』 등이 있음.
—
2023년 10월호 신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