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김한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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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는 진실을 상관하지 않는다
사무쳐도 뼈는 상관하지 않는다. 숲의 공백에서 바람이 생기다 없어지고 섬광은 거듭 솟으며 파묻힌다. 강은 지나가면서 지나가지 않는 것을 두고 있다. 세상과 달라지는 것 사이를 변하지 않는 것이 물어뜯고 있다. 뼈를 쑤시고 들어오는 칼날은 준비하지 않는다. 이미 마련되어서 아무 의도가 없이 꽂혀 있거나 누워 있다. 죽어가라, 하지 않으면서 조이는 것은 목줄만이 아니다. 끌리며 끌려가는 것을 잊은 목살이 목살을 씹는다. 진열대는 있던 것이 바뀌는 곳이 아니라 죽은 것이 치워지는 곳이다. 오래 기다리셨어요? 기다리지 않았다. 기다리지 않아도 온다. 기다릴 필요가 없고 오지도 않는 것은 발끝에 차이는 믿음이다. 그건 네 생각이구, 너는 그게 문제야, 듣지 않아도 뿌려대는 말을 두고 개미 떼가 지나간다. 그들에게 차마 새우깡 한 개라도 던질 수 있는가. 소유할 수 없는 자유 때문에 소유는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다. 식은 찌개를 퍼먹다가 돌을 씹으며 너희의 빛을 끈다. 투명한 말이 있기라도 한다면 얼마든지 짜내고 버리는 찌꺼기가 될 수 있다.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피를 흘릴 수 있는가. 골목은 처음부터 개업과 폐업을 상관하지 않았고, 밤낮과 아무 상관 없는 환장 아래 맨홀은 튀어 오르는 중이다. 피가 마르고 절어진 내장이 걸려 있다가 얼음에 묻힌다. 타버린 숲에서 뼛속에 기어이 재를 먹이로 삼는 감은 눈이 검은 하늘을 덮고 있다. 안녕, 사무친 인사는 생략할게. 살다가 가지 않으며.

김한규 l
2017년 《영남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일어날 일은 일어났다』, 〈박상륭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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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호 신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