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 저자 | 나금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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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를 벗어 나무에 걸고 난 후
지붕 위 아마 줄기 사이에 너를 숨겼다
소문을 듣고 창을 활짝 열어두었다
붉은 리넨 천을 창에 늘어뜨리고
감자를 파종하러 간 사람들
유리그릇과 유리등을 챙겨두고 갔다
힘을 다해 피어나는 산벚나무 그늘 아래서
우리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않으리
압화에 부는 아쟁 소리
달빛을 터는 흐미 소리
복사꽃 여인은
모든 건 변하니까요
라고 봄비 속에서 속삭인다
외로운 시절 사랑하는 사람이 멀리 있었다
그녀는 맨홀 뚜껑 옆에 누웠고
도시는 아래로 흘러갔다
자기를 잊기를 바라는 사람
사막에 머물면서도 사막을 본 적이 없는 사람
거절당하지 않으려고 먼저 거절하는 사람
그들은 취생몽사를 마시고
매일 같은 꿈을 꾸었다
갓 낳은 달걀을 가만히 쥐는 꿈

나금숙 l
2000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레일라 바래다주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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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호 신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