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 저자 | 전욱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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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바깥
문을 열면 잘 모르는 두 사람이
자주 내 침대에 누워 있습니다
거기 전부 옷을 벗고 있으니
연인 사이가 분명합니다
나이, 성별, 인종, 장애의 유무
상관없이 날마다 여러 가지 얼굴 위
하나같이 다들 깜짝 놀란 표정으로
(놀라야 하는 쪽은 아무래도 이쪽인데요)
옷이라도 대강 걸치라는 의미로
내 집인데 크게 헛기침을 한번 하고
바깥에 걸어 놓는 자물쇠가 늘어도
연인들은 용케 결국 할 일을 합니다
다행히 물건을 도둑맞은 적은 없는데
도둑은 연인이 될 수 없는 건지
연인이 되면 도둑질을 관두는지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없지만
집을 나서기 전 무슨 까닭일까
이불을 개키고 온도를 살폈습니다
두 사람 외의 것은 만지지 마시고
이왕에 오셨으니 사랑만 하세요
일종의 안내문과 각종 피임 용품
자두 향이 은은한 몸 비누에
일회용 (삼중 날)면도기까지
어느덧 제법 훌륭한 여관집 주인이 되어 있습니다
(보이던 얼굴이 안 보이면 이제는 서운하더라고요)
내년에는 방을 온통 하얗게 칠해볼 작정입니다
다만 크리스마스 전야 하루는 혼자인 내가
집에서 안 나가는 심술도 좀 부려보면서
아름답지만 사랑하기 싫은 사람과
남의 험담으로 새는 밤을 즐기기도 할 겁니다

전욱진 l
2014년 《실천문학》 등단. 시집 『여름의 사실』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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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호 신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