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서윤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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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우리
― 겨울 밀화
수감자들에게 처음 눈싸움을 허락한 것은 이례적인 폭설이 지나고 이틀 뒤였다 눈 치우는 사역을 이토록 다정한 방식으로 알려줄 수 있을까
눈사람들은 모두 눈 코 입 하나 없이 표정도 없이 앞뒤 분간도 없이 기분이나 마음도 없이 산발적으로 태어났다
베개는 차가운 것이 좋다고 한다 깊은 잠에 발이 빠져본 사람만이 헤맬 수 있는 꿈의 풍경은 창백했다 풍경을 기워 꿰매는 저 발자국을 따라가 볼 거라고
멈추게 하고 싶은 마음에 사로잡혀 영원히 움직이게 된 모빌도 있다
이번 겨울잠엔 선회병에 걸린 양들이 반시계 방향으로 돌고 있다 죽은 양을 둘러싸고 수호하듯 경건히 규칙적인 애도를 미쳐버렸다고 생각한 적 있었지만
맴돌았던 걸음만이 도착할 수 있겠지
설산엔 올라간 발자국만 찍혀 있는 일방통행이다 누구도 내려온 적 없어서 사라짐과 떠나감을 혼비백산으로 만드는 희고 눈부신 능선 위로 야마하 헬리콥터 하나 큰부리까마귀 한 마리………
마주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던 삶이 있었다 멈추게 할 수 없고 이 장황한 오목판화를 반복할 수 없었으니까
흐린 창문을 닦던 안경잡이는 자신이 여태껏 눈사람에게 단 한 번도 이름을 지어준 적 없었다는 겨울의 불화설을 살았다 미간이나 인중 혹은 보조개로 패여 있는 잠든 이의 얼굴 몰래 베끼며
땀에 흠뻑 젖은 등허리를 일으키며 깨어나는 사람은 된다 눈사람의 순서에서 낙오된 허수아비 떼처럼 바닥도 놓아준 사람들의 배웅 없는 이야기로 안녕 뒤에 물음표나 느낌표가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로
잠들기 전 셌던 양을 또 센 것 같다며 처음부터 돌아가는 기도가 있다 올해 첫눈이 쇄도하는 줄도 모르고 잠을 뒤척인다 사다리 없는 이 층 침대 위에서

서윤후 l
2009년 《현대시》 등단. 시집 『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 『휴가저택』 『소소소小小小』 『무한한 밤 홀로 미러볼 켜네』, 산문집 『햇빛세입자』 『그만두길 잘한 것들의 목록』 등이 있음. 〈박인환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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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호 신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