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김승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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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집이 떨어지는 근하신년
일 년 열두 달 처음 열리는 새해 첫날에
영하 17도에
근하신년!
갑자기 정전이 오고
우리 집에 전기가 끊어지고
난데없이 벽 위의 신발장 위에 두꺼비집이 내려오고
피라미드에서도 어두운 두꺼비집이 떨어지고
보일러 텔레비전 냉장고 밥솥 에어 프라이어도
모든 가전도 다 안 돌아가고
어쩌자는 것인가
삶이 갑자기 바뀌고 밤이 갈라지고
주술이 술렁거리는 피라미드 속 어두운 밤
새해 첫날
정전의 밤
철물점 아줌마도 새해 첫날에 고향 시골에 가고
전기 수리공도 한전 검침원도
다들 새해 첫날이라 놀고
저 아래 도시는 강추위에 어두운 빛은 더 춥고
앞집도 모르고 뒷집도 모르고 옆집도 모르고
두꺼비집은 밤새워 힘없이 떨어지고
온몸으로 동시에 두꺼비집은 내려가고
하얀 빨래는 빙폭처럼 얼어붙고
어쩌자는 것인가
지구가 태양을 맴돌지 않는 날이라도
몸에서 정신이 떠나가고
벽지에 그림자가 돌아오고
어두운 하역장 트럭에서 석탄은 와르르 쏟아지고
영하 한파에 신생아를 버리고 달아난 여인
강보 안에 싸인 아기가 응애응애 울고
폭설 아래 전봇대 아래
살을 찢는 엄동설한 속 신생아 옆에
누군가 황급히 놓고 간, 빨간 딸기 바구니가 놓여 있는
너의 근하신년

김승희 l
197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태양 미사』 『왼손을 위한 협주곡』『미완성을 위한 연가』『달걀 속의 생』『어떻게 밖으로 나갈까』『냄비는 둥둥』『희망이 외롭다』『도미는 도마 위에서』『단무지와 베이컨의 진실한 사람』 등이 있음. 〈소월시문학상〉 〈고산문학대상〉 〈청마문학상〉 〈만해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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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호 신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