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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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장승진 

     

 

 

 

 호기심 중독호기심 중독

 

     

   

     

 

  육 개월 된 회색 줄무늬 고양이

  우리 집이 낯선지 자꾸 티브이 뒤에만 숨어

  짙푸르게 숨죽이던 어린 눈망울은

  이제 호박 구슬처럼 밝고 영롱하다

 

  빙글빙글 도는 동전같이

  시시때때로 커졌다 작아지는 눈동자

  흥미로운 대상에 부딪혀 정지하는 순간

  그 안에서 개기일식이 일어난다

 

  원인은 거실에 놓아둔 비닐봉지

  부스럭부스럭 소리가 나다가도

  우당탕 쏟아지는 물건들에 놀라면

  포탄 피해 몸을 숨기듯 도망친 뒤

  발바닥에 땀 나도록 살금살금 다가와

  별것 아니구나, 털 세운 온몸을

  활처럼 당겨 공포심을 쏘아 보내거나

  기지개 켜며 발끝까지 호기심을 충전한다

 

  일상은 내버려 둔 봉지처럼 무료해지고

  까마득한 하품과 함께 몰려드는 잠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듯

  발톱 꺼내 기둥에 박고

  캣타워 꼭대기로 층층이 기어올라

  케이지 속 담요에 웅크리고

  몸에 묻은 권태를 혓바닥으로 핥다가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을 맞추듯

  눈과 입을 닫는다

 

  뭔가 심통 난 표정을 띤 채

  눈꺼풀 내려 암막 커튼을 친 고양이

  커튼을 쳐도 먹구름이 끼어도

  그 너머로는 언제나

  호기심이 밝은 햇살을 비춘다

 

 

 

 

 

 

 

 

 

 

 

 


 

신작시_장승진.png

장승진  l

2002년 《시와시학》 등단. 시집 『통신두절』 『물은 나무의 생각을 푸르게 물들이고』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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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호 신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