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 저자 | 최영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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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뾰족을 지우다
뾰족한 네 앞에서 뭉툭해져야겠지 뭉툭해져서 너만 바라봐야겠지 평온한 물의 표정처럼 잔잔한 눈으로 너만 바라보다가 조금 더 가까이 가야겠다 해바라기처럼 고개 끄덕끄덕이다가 싱싱한 야채 과일 왔습니다 중고물품 삽니다 골목의 확성기 소리 가끔 따라해 보는 것은 괜찮겠지 네가 뾰족거릴 때 네 입술 흉내 내보는 것도 괜찮을까 뾰족뾰족한 네 입술 흉내 내다가 말풍선에 갇힌 나는 여백으로 살면서 여백으로 말하고 그 안에서 여백놀이 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거야 여백을 늘이다가 줄여 보기 점과 선으로 조합한 어떤 모양이 뾰족뾰족한 너에게 더 잘 어울릴까 상상하다가 뜬구름 잡는 것, 습관처럼 뜬구름 잡기는 위험해 그래도 습관처럼 말하고 싶을 때도 있는 거지 뜬구름 잡고 있는 손이 가끔은 편안해, 바람이 분다 바람 불 때 가끔 흔들려 주기 나를 놓아주고 내 안의 나를 지워보자 모서리는 위험한 도구야 나를 뭉툭하게 다듬는 끌과 정 소리가 내 안에서 웅웅거려, 걷다가 개밥바라기별을 발로 뻥 차고 있네 발의 얼얼함도 참아내기 일곱 번을 일흔 번 참아주는 것처럼 뭉툭해지기 뭉툭해지기

최영랑 | 201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등단.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년 11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