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 저자 | 김도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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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덧칠한 슬픔에게
천일홍 눈빛이 점점 메말라가는 여름 한철
그 계절의 조붓한 사잇길을 따라 강물은 수위를 높이고
온몸으로 와르르 꽃을 피우다
와르르 가슴 무너지는 슬픔의 본성 때문에
먼 산을 향해 입술만 달싹거릴 뿐이다, 모두들
이렇게 머물러 있는 이곳
여기는
묵정밭을 닮아 천백 일 일하고도
하루가 지나도록 밭을 갈아야 허공에 헛손질하는 날들을 순하게
떠나보낼 수 있다고
깊은 한숨에 간절히 원하는 것들을 찾아
우리는
너무 멀리 와 있다
별들은 서로의 호칭을 부르다가 서로를 버텨내고
밀어내는 슬픔과 밀려오는 슬픔이 자꾸 늘어나는 것을
온전히 누구의 탓으로 돌릴 것인지
떠나갈 것들 앞에 햇살은 앞마당에 쪼그리고 앉아 질겅질겅
슬픔을 씹어대고 있다
겨울과 가을이 엎치락뒤치락 천일의 시간을 수놓고 있는데
기억을 잊은 파랑새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슬픔 하나를 부리에 물고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지금 당신은
그 먼 곳에서 번쩍
두 손 흔들며 나를 부르시겠죠?

김도연 | 충남 연기 출생. 2012년 『시사사』 등단.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년 11월
